영화 이야기

아버지란 무엇인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리뷰

손레미 2025. 4. 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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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일본은 영화를 참 못만든다.

하지만 문제는 10편의 영화를 찍었다고 가정 할 때 9개는 별로지만,

나머지 한편이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로 잘찍은 영화가 나온다. 

그리고 오늘 이야기 할 작품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엄청난 한편을 만들어내는 일본 영화의 거장이다.

 

걸출한 작품들을 많이 제작한 감독이지만, 

나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가장 좋아한다.

화면에 담긴 치밀한 메타포와 미장센의 탁월한 감각과

가족이라는 따뜻한 주제, 그리고 관객들도 한번쯤은 곱씹어보게 만드는 현실적인 사건과

그 사건으로 인해 고뇌하는 두 가족의 반응 모두 너무나도 생생하다.

 

 

노노미야 가족

 

작중 주인공들인 노노미야 가족은 성공한 건축가이자 가장인 '노노미야 료타' 와 

따뜻하고 가정적인 어머니 '미도리' 덕분에 유복한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가정이다.

하지만, 어느 날 노노미야 가족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두 부부의 6살짜리 외아들 '케이타' 는 그들의 친자식이 아니었다.

케이타가 신생아인 시절에 병원에서 다른 아이랑 뒤바뀐 것.

이 진실로 인해서 화목했던 가족에게는 예상치 못한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이 처럼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가족이라는 집단의 존재의 의미에 대해 해부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선의 의미

 

혈연이라는 요소가 중심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는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미장센이 존재한다. 

바로 나선의 구조물인데, 여기서 나선은 DNA 즉, 유전자를 은유하고있다.

유전 검사를 통해 친자가 아님을 확인하는 앞으로의 과정을 암시하는 요소이자 

 

유전적으로 이어진 '원래' 자식을 원하는 주인공 료타와 

유전적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자신들을 키워준 '원래' 가족을 원하는 자식들.

그리고 가족이라는 집단에 대한 해석이 너무나도 다른 두 가장 사이에 일어날 갈등을 암시하기도 한다. 

 

 

함께한 시간에 대한 은유

 

 

또 한가지 눈여겨 볼 연출적 호흡이 존재한다.

료타가 자신의 유전적 아들이 있는 사이키 가족에게 향하는 과정은

점프컷으로 생략되지 않고 길고 조용하게 긴 호흡을 통해 보여준다.

 

이는 '시간' 을 상징하는 연출로써,

가족과 자식이 지내온 시간을 상징하고 있다.

더불어서 의도적으로 송신탑의 길게 늘어진 전선들을 비춰주는데 

이 전선은 부모와 자식의 혈육적 연결보다 키워주고 함께 살아간 시간의 연결이 더욱 견고함을 나타내는 장치이다.

 

 

 

카메라는 사랑의 물리적 증거

 

 

유전적 아들을 원하는 아버지 료타와 원래 함께 하던 가족을 원하는 양육적 자식 케이타의 갈등도

훌륭한 수미상관 구조를 통해서 마무리된다. 

 

이야기의 클라이막스 지점에서 결국 두 가정은 서로 아이를 바꿔서 키우기로 결정하고 

두 자식들은 6년동안 함께한 가족을 떠나 '유전적' 부모와 함께 살게 된다.

하지만 두 가정의 환경과 분위기는 정반대였고,

갑작스레 거의 처음보는 아줌마와 아저씨를 부모라고 불러야 하는 너무나도 처참한 환경에 놓이게 된다.

 

가정간의 갈등이 종료되고 새로운 자식과 새로운 아버지의 갈등이 고조될 무렵 

주인공 료타는 6년간 함께했던 원래 아들 케이타의 카메라를 보게된다.

이 카메라는 작중 초반, 이야기가 전개되기 시작하려는 시점에서 케이타가 들고있던 모습을 자주 비춰주었다.

 

케이타의 카메라에는 아버지인 료타 자신의 사진으로 가득했지만,

대부분 자고있는 사진 뿐 아들에게 웃어보이거나 깨어있는 사진은 몇개 존재하지 않았으며 그 마저도 뒷모습이었다.

 

료타는 아버지로서 여러모로 부족했던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고 

자신은 그런 아버지가 되지 않기 위해 완벽한 아버지가 되려 했으나,

아들 료타의 눈을 대변하는 카메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너무나도 부족하게 비쳐보였지만,

그럼에도 료타는 아버지인 자신을 사랑했기에 몰래 카메라를 통해 사랑을 표현하고 있었다.

이에 아버지로서의 자신이 얼마나 부족했으며, 아들 료타에겐 그 빈자리가 얼마나 컸을지 깨닫는다. 

 

 

아버지란, 그저 말 없이 자식을 지켜봐주는 존재

 

 

료타는 유전적 부모에게 보내졌던 케이타를 찾아가지만,

케이타는 료타를 보자마자 도망친다. 하지만 료타는 힘으로 케이타를 따라잡지 않으며 

그저 조금 떨어진 뒤에서 천천히 케이타의 속도에 맞춰 거리를 두고 따라간다.

이는 료타 자신이 취하던 강압적인 아버지에서 벗어났음을 의미하며 

 

곧 두 사람은 공원에 나란히 난 두갈래길에 들어서 나란히 걸으며 대화를 나누게 된다.

케이타는 자신을 떠난 아버지에게 상처를 입어 료타를 거부하지만 

료타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그간 료타가 섭섭했던 이야기와 가족으로서 함께 했던 시간을 이야기한다.

이때 료타는 조금 낮은 길을, 케이타는 언덕 위에 길을 평행하게 걸어가는데.

작중 내내 료타가 케이타를 내려다보던 구도가 부숴지며 그가 아버지로서 성장했음을 상징한다.

 

 

그렇게 아버지가 되었다.

 

 

그렇게 서로 다가갈 수 없었던 두갈래 길의 끝에서 두 사람의 상처가 아물듯 길이 다시 합쳐지고

아버지와 아들은 다시 마주치며 서로를 안아준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가족이라는 집단의 의미와 아버지란 어떤 존재인가 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피는 물보다 진하지만, 피는 시간과 사랑이라는 결속보다는 끈끈하지 못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아버지로서의 자신을 되돌아보며 이 작품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어린아이의 성장기가 아닌,

아직 모든것이 서툴고 어색하지만 그럼에도 좋은 가장이 되려 노력하는 아버지의 성장기를 그려낸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세상 모든 젊은 남성들, 언젠가 아버지가 될 사람들.

그리고 이미 아버지인 사람들 에게도 아버지란 어떤 존재인가 라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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