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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전쟁의 죄악이 몰아친다 <알 포인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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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포인트

 

2004년 작 <알포인트>

한국을 빛낸 3편의 공포영화를 뽑으라고 시킨다면 나는 당당히 <기담>, <장화 홍련> 

그리고 <알 포인트>를 선택 할 것이다.  서로를 믿어야 할 전장에서 서로를 의심하고 또 살육하게 만드는 공포.

알 포인트는 전쟁이라는 소재로 만들어진 공포영화다.

 

전쟁 자체의 공포와 그 속에서 일어나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로 관객들을 압도해 온다.

영화는 실종된 당나귀 삼공 부대를 찾아나선 두더지 셋 수색대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그들은 당나귀 삼공 부대가 실종된 '알 포인트' 로 향하고,

그곳에서 배트콩 대신 정체를 알 수 없는 적과 싸우며 미쳐가는게 주된 네러티브다.

 

알 포인트는 공포영화의 클리셰 중 하나인 '알고보니 누군가 한명 더 있었다' 를 아주 지능적으로 사용한 영화다.  

9명이 찍혀야 할 사진에 10명이 찍히거나 이미 몇달 전 실종되었다가 목이 잘린 채 발견된 정우일 일병의 귀신이

부대가 알 포인트에 도착한 시점부터 이미 대원들 사이에 껴있다는 등

간단한 클리셰를 이렇게까지 적절하게 사용해 서스펜스와 스릴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 클리셰를 적절히 사용한 덕분에 알 포인트가 주는 공포인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의

력이 더욱 강해졌으며 작중 인물들이 서로를 의심하며 스스로를 파멸로 몰아가는 계기로 자연스레 연출된다.

개개인에게 일어나는 공포적인 사건 역시 눈 여겨볼만 하다. 볼일을 보던 중 모든 부대원들이 사라지는 장면이나,

보초를 서던 오규태 병장앞에 죽은 친구가 나타나는 장면은 시퀸스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소름돋는 장면이었다.

 

공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요소인 사운드는 평범하지만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는

바람소리나 마른 풀이 부딪히는 소리등 자연의 소리를 사용했는데,

이런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고요한 사운드는 오히려 더 큰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효과를 가지고있다.

배경 또한 훌륭하다. 으시시한 건물을 제외하면 주위의 대부분은 들판, 정글, 습지대 같은 넓은 자연이다.

이런 공간들은 영화에 후반부에 들어서 상황이 파국으로 치닫을 때 등장인물들의 퇴로를 막으며

도망칠 수 있다는 희망조차 버리게 만드는 잔인한 공간들이다.

 

 

홀로 남은 고통과 허무함

 

<알포인트>는 결말에 대해 얘기가 많은 영화기도 하다.

그 이유는 최후의 생존자인 장영수 병장과 부대원들이 머물던 건물이 동이트자 오니 말끔해졌기 때문이다.

전날 밤에 총격과 피가 낭자하던 살육의 현장이었던 그 건물이 하루 아침에 정리되었기에, 결말에 대한 추측이 난무한다.

두더지 부대는 대나무 밭에서 장병장을 제외한 모두가 죽었고 눈이 다친 그가 부대원들의 귀신과 함께 지낸것이라는

분석이 존재하는데, 이 가설은 영화의 큰 주제인 '전쟁과 죽음과 잊혀진다는 공포' 를 관통한다.

 

이 장면에 대해 나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죽음과 피가 가득했던 공간을 짧은 시간안에 말끔히 치워버린것으로

전쟁의 참상과 전쟁이후에 남는것은 오직 고통(장영수 병장)과 허무(하얀건물)뿐이라는걸 의미하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마침 <알포인트>에 전쟁의 폐해에 대해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장면들이 많았기에 이런 나의 분석에 힘을 실어주었다.

 

영화의 최후에 낡은 무전기가 또 한번 등장하여 하늘소에게 살려달라고 홀로 무전을 치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자신을 두더지 부대라고 칭하는데, 영화에 초반부에선 먼저 실종된 당나귀 부대를 자처한 무전이 들어온 것 처럼, 알 포인트가 다음 먹잇감을 노리는 결말은, 전쟁은 되물림되며 또 다른 희생자만을 남길것이라는 해석 역시 가능하다.

 

이렇게 결말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온나는 것은 <알포인트>가 그만큼 완성도 높은 작품이기에

분석할 가치가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알포인트>는 공포영화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다신 없을 최고의 흡입력과 스토리텔링을 보여준 월메이드 명작 공포영화라 당당히 칭할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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