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크소울3>로 소울 시리즈에 입문했다. 다양한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 기질이 다분한 나에게 들려온 다크소울의 명성은
내게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기 적절한 게임이었다. 그렇게 풍문으로만 들어온 소울시리즈의 악랄함, 그리고 그 아름다운 완성도를
직접 목격한 내가 소울시리즈의 팬이 되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자비가 없는 연속공격과 칼같은 회복 반응 공격으로 혈압을 올려준 '법왕 설리번'
굉장한 체력과 데미지, 그리고 후딜이 거의없는 패턴과 3페이즈로 나눠진 잦은 패턴변화와 원거리 공격까지 겸비한 '노예기사 게일' 등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는게 느껴지는 보스들과 맵, 그리고 흔히들 '프롬식 스토리텔링' 이라 부르는 간접적지만 흥미로운 스토리까지
<다크소울3>를 전부 끝낸 시점의 나는 이미 꺼져가는 불의 세계에 매료되어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내기엔 당연히 아쉬웠다. 그렇게 잠시 방황하던 내게 스팀은 한가지 게임을 추천함으로서 내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그 게임이 바로 모든 소울시리즈의 조상, <다크소울>의 리마스터 버전이었다.
내겐 고민할 틈이 없었다. 곧바로 게임을 구매해 설치하고 시작했다.
약 6일정도 플레이하여 DLC와 본편을 전부 클리어 하는데 성공했다. <다크소울> 에 대한 나의 감상은 참으로 간단하지만 확실했다.
'예술이다'
나는 오래 전 부터 게임이 예술의 영역까지 넘볼 수 있다고 생각했고, <다크소울>은 그런 생각을 가진 나에게 완벽한 확답을 제시했다.
이 게임이 2011년, 즉 9년 전 게임이라는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와 난이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다크소울3>에선 느끼지 못한신선함과 로망, 그리고 그 로망은 불편함이었다.
<다크소울3> 와 <다크소울2>는 게임의 극초반 부터 '전송' 이라는 시스템을 이용해 화톳불과 화톳불 사이를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하지만 <다크소울>에선 전송기능이 초반에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게임 중반도 아닌 후반에 가서야 전송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 사실을 안 나는 진행이 어려울것이라 지레 겁을 먹었지만
<다크소울>은 게임의 초반부터 나의 그런 걱정이 하등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바로 맵과 맵을 연결시켜주는 지름길, 일명 '숏컷'을 이용한 것이다. 후속작서도 숏컷이 있긴 하지만 전송 시스템이 초반부터 존재해
숏컷의 의미가 그리 크지 않았기에 나는 숏컷에 대한 생각을 접고있었다. 하지만 <다크소울>의 숏컷은 가히 예술적이었다.
모든 플레이어들의 시작시점인 '계승의 제사장' 을 떠나 망자들로 가득한 '불사의 도시'를 거쳐 '불사의 교구' 까지 도착하면
제사장까지 걸어서 돌아가기엔 너무 먼 거리까지 오게 된다. 하지만 불사의 교구에 존재하는 성당에 진입하면 사슬로 연결된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는데 이 엘리베이터를 타게되면 한번에 제사장까지 가는 숏컷이 만들어진다.
이 과정은 로딩같은 특별한 시스템의 개입이 없이 이루어진다. 한마디로 처음부터 공간은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제사장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보이는 절벽위의 도시는 한낱 배경이 아닌 플레이어가 나아갈 방향이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다크소울>의 맵디자인은 이처럼 플레이어가 불편함과 간편함의 사이를 외줄타기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 완성도는 앞서 말 한 것 처럼 예술에 가깝다. 시스템적 디자인 뿐만이 아니라 비주얼적 디자인 역시 상당한데, 후반부에 진입할수 있는
지역인 '아노르 론도' 는 노을이 지는 하늘아래 건설된 아름다우면서 장엄한 백색의 도시로, 신들의 도시라는 컨셉에 걸맞는
비주얼로 플레이어들을 압도하였으며, '검은 숲의 정원' 은 밤하늘 아래 파랗게 우거진 숲속을 그대로 옮겨놓아 마치 숲내음이
나는 것같은 착각까지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계속해서 칭찬했지만 간과하면 안돼는 사실이 하나 있다. 이 게임은 <다크소울> 이다. 악랄하고 자비가 없는 난이도로 유명한
게임 시리즈 답게, 그리고 그 시리즈의 첫번째를 장식하는 작품답게 게임 난이도에는 자비가 없다. 진행하면 만나게 되는 지역중 하나인
'병자의 마을' 은 온 사방이 나무판자와 사다리로 이어져 거기가 거기같은 최고로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곳곳에선 맹독침을
쏴대는 적들이 포진해 있으며 발 한번 잘못디디면 바로 떨어져 낙사하기 좋을 정도로 길은 좁다. 또 강한 맷집과 데미지로 처음 마주치는 플레이어들을 쥐포로 만들어버리는 적도 있으며, 이 모든 난관을 거쳐 병자의 마을의 최하층으로 내려가면 광활환 독늪이 플레이어를
반겨준다.
앞서 아름답다고 칭찬한 '아노르 론도' 도 난이도는 전혀 아름답지 않다. 빠른 공격과 변칙적인 패턴으로 무장한 '은기사' 라는 적들이 다수 포진해 있으며, 맞으면 크게 튕겨나가는 대형 화살을 쏴대는 은기사가 둘이나 서있는 구역은 낙사하기 딱 좋은 좁은 다리로만 지나가게 만들어놨다.
이 외에도 함정과 복잡한 구조와 더러운 적배치로 저혈압 치료에 직빵인 '센의 고성' 과 보이지 않는 다리로 연결되어있어 지속적으로 낙사를 유도하는 '결정동굴'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아 특정한 아이템이 없다면 앞으로 나아가기도 힘들고 툭하면 시커먼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설계된 '거인의 묘지' 등 최고의 난이도로 플레이어를 맞이해준다. 이것이 소울 시리즈의 아이덴티티이자 특징이지만
아예 클리어 할 수 없거나 오직 플레이어의 고통만을 위해 설계되지 않았다.
이 극강의 난이도 속에서 플레이어가 지속적인 도전정신과 재미를 느끼게 만들 요소를 집어넣었다.
그건 바로 '불사자', 즉 절대 죽지 않는 존재다.
그리고 다크소울의 주인공이 바로 불사자다. 이런 특징을 통해 플레이어들은 죽음의 두려움을 잊고
무한이 죽어가며 눈 앞에 놓여진 난관을 돌파하는 방법을 몰색하게 된다.
다크소울에선 죽음을 두려워 해선 안됀다. 다크소울의 세계는 죽음을 통해 배우는 세계다.
다섯번 죽었다면 적들의 위치를 기억하고 미리 대비 할 것이고, 스무번 죽었다면 숨겨진 함정에 더 이상 당하지 않을 것이다.
서른번, 마흔번을 죽는다면 이제 강력한 보스들과 비등하게 전투를 치를것이며 결국 마지막 지역인 '최초의 화로' 까지 도달해
마지막 보스와의 결전을 치르는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다크소울>은 게임을 넘어선 새로운 체험이라 생각한다, 게임을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번쯤은 겪어봐야 할만한 고통이며, 훌륭한 즐거움이다.
'게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술로 밀어붙이고 전략으로 받아쳐라 <레인보우 식스:시즈> 리뷰 2편 (4) | 2020.12.28 |
---|---|
전술로 밀어붙이고 전략으로 받아쳐라 <레인보우 식스:시즈> 리뷰 1편 (2) | 2020.12.12 |
어둠을 가르는 닌자가 되어 <세키로: 섀도우 다이 트와이스> 리뷰 (3) | 2020.12.06 |
마리오와 함께 우주 너머로 <슈퍼마리오 갤럭시> 리뷰 (4) | 2020.12.01 |
그저 피하고 즐겨라 <저스트 셰이프 & 비트> 리뷰 (2) | 2020.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