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작 <세키로>
나는 최근 개발사 '프롬 소프트웨어' 의 작품을 전부 플레이 해보는 개인적인 도전을 진행했다.
도전의 마지막 주자로 선택된 게임이 바로 <세키로>, 다크소울3 이후로 출시된 고난이도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세키로> 에서 플레이어는 일본 전국시대의 닌자 '늑대' 가 되어 주군을 지키기 위한 험난한 여정을 떠나게 된다.
<다크소울> 시리즈로 유명해진 프롬에서 개발된 작품이라 많은 게이머들이 다크소울을 생각하고 플레이했다가
큰코 다친 게임이기도 하다.
<세키로>는 프롬이 '소울류' 라는 틀에서 벗어나 여러가지 새로운 도전을 한 작품이다.
가장 먼저 세키로는 완벽한 싱글 플레이 게임이다. 그렇기에 온라인 대전의 밸런스를 생각할 필요가 없어
넣고 싶은 요소를 전부 넣을 수 있었다고 디렉터가 밝힌바가 있다.
이 덕분에 소울 시리즈에선 볼 수 없었던 다양한 기믹과 화려하고 멋진 기술들을 즐길수 있게 되었다.
소울시리즈와의 차이점 그 첫번째는 세분화된 스킬과 특수기술의 다양성이다.
주인공 늑대는 게임의 초반에 왼팔이 잘리게된다. 이 잘린 왼팔을 대신하여 '닌자 의수' 라는 특수한 의수를 장착한다.
이 닌자 의수는 전투에 도움되는 도구를 장착해 사용하는것은 물론이고, '갈고리' 라는 기본기능을 이용해
소울시리즈에선 사다리 외엔 찾아보기 힘들었던 Y축 이동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는 <세키로>가 소울 시리즈의
평면적인 맵 디자인이 아닌 입체적이고 광활한 지역을 탐험할 수 있게 만들어준 원동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세키로>의 길찾기 난이도를 올리는 주범이기도 하다.
거의 앞으로만 움직이면 되는 소울 시리즈에 비해 세키로는 갈고리 때문에 위와 아래까지 신경써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낙하하는 와중에 갈고리를 걸어 이동해야 하는 구간도 있으며
위쪽을 올려다 봐야지만 갈고리를 걸 수 있는 지역도 있기에 체감 난이도는 더욱 급증한다.
닌자도구는 전국시대라는 배경에 어울리지 않는 기술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점은 오히려 긍정적인 부분이다.
전국시대라는 고증에 맞춰 오직 검이나 수리검만으로 전투를 진행했다면,
금방 지루해졌을 것이며 전투의 재미역시 떨어졌을 것이다. 그렇기에 판타지가 가미된 닌자도구는
확정된 정답이 없는 <세키로> 의 전투에 다양성을 부여해준 긍정적인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도구는 종류도, 그 쓰임새도 다양하다. 위에 보이는 '장치도끼' 는 공격을 받아내며 적의 자세를 무너트리는데 탁월하며
'수리검' 은 원거리에서 약한 적을 처리하는데 큰 이점을 보인다.
그 외에도 중거리에서 적을 찌르며 공격할 수 있는 '장치 창' 이나 동물형 적들을 놀라게 하는 '폭죽' 도 존재하며
소음을 일으켜 적의 시선을 끌어 암살할 수 있는 '손가락 피리' 등 저마다 다른 쓰임새를 가지고있다.
특정 도구가 잘 통하는 적들도 존재하기에 다양한 도구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닌자도구 외에도 주인공 늑대가 사용하는 스킬기술도 있다.
닌자도구 사용 후 적에게 순식간에 근접해 공격할 수 있는 '추격베기' 나 범위 공격을 가하는 '선풍베기' 등
스킬의 종류 역시 다양하며 닌자 도구와 조합해 사용한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것이다.
소울 시리즈와의 두번째 차이점은 '전투' 이며 <세키로>의 가장 큰 아이덴티티라 생각하는 부분이다.
앞서 <다크소울>을 생각하고 플레이한 게이머들이 큰코 다쳤다고 언급했는데, 그 원인이 바로 전투시스템에 있다.
<다크소울>에서의 전투는 적의 공격을 굴러 회피하고 그 틈을 이용해 공격하는 이론상 단순한 공방이 오가는 전투였다.
하지만 <세키로>에선 공격하고 회피하는 일명 '히트 앤 런' 전법이 힘든것은 물론 회피의 무적시간도 짧아
다크소울처럼 회피만으로 공격을 피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전투를 해야하는가, <세키로>는 튕겨내기(패링) 위주로 전투가 진행된다. 적의 공격의 타이밍에 맞춰
가드를 하면 금속과 금속이 부딪히는 맑고 명쾌한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튄다. 이는 튕겨내기에 성공한 것이다.
이렇게 적의 공격을 튕겨내고 반격하여 '체간' 이라 불리는 게이지를 꽉 채워 자세를 무너트리거나
체력을 모두 소진시켜 쓰러지게 만들면 위의 사진처럼 빨간 표식이 뜨며 '인살' 이라는 특수한 공격을 가할 수 있다.
인살에 성공할 시 적을 화려한 공격과 함께 적을 즉사시킨다.
일반 병사같은 약한 적들은 연속적인 공격에도 금방 체력이 떨어지고 체간이 채워저 인살을 가할 수 있지만
한번의 인살로 죽지 않는 적들도 존재한다. 중간보스나 메인 보스들의 경우엔 '인살구슬' 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체력바 위에 인살구슬이 두개일경우 인살을 두번 해야만 쓰러지는 적이라는 뜻이다.
보스급의 적들은 체력도 많을 뿐더러 체간역시 잘 채워지지 않기에 장기전으로 이어지게 되며
심지어 플레이어처럼 공격을 튕겨내기기해 상당한 동체시력과 반응속도를 요구하는 전투가 이루어진다.
플레이어가 상대해야 하는 적들 중, 일반적으론 방어할 수 없는 없는 공격을 해오는 적들도 존재한다.
이는 위험공격이라 부르며 적이 공격을 가하기 직전 주인공 머리에 붉은색 한자가 뜨며 경고를 해준다.
이런 위험공격은 하단공격, 잡기, 찌르기가 존재하며 하단공격은 점프로, 잡기는 회피로,
찌르기는 튕겨내기 또는 회피키로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인 '간파하기' 로 적의 무기를 밟아 받아칠 수 있다.
가끔 번개를 이용해 공격해오는 적들도 존재한다. 이런 적들은 공중에서 번개를 받아 되돌려주는
'뇌반' 이라는 특수 기술로 반격해야 한다.
이 처럼 <세키로>의 전투시스템은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다크소울>같은 회피-공격 전투가 아닌
훌륭한 타격감과 손맛을 가진 튕겨내기 공방과 갖가지 위험공격으로 플레이어가 유연하게 대처하길 요구하고있다.
게다가 체력을 깎는 것 보다 적극적으로 공방을 가해 체간을 쌓아 인살하는것이 더 빠르다.
여러모로 다크소울과는 다르게 전투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 전투시스템은 싸움의 재미를 최고로 끌어올렸고,
게임을 전부 클리어한 게이머조차 다시 게임을 켜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이는 <세키로>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게임의 극초반까진 소울 시리즈처럼 회피 공격으로 어떻게든 풀어나갈 수 있겠지만,
초중반에 접어들면 왠만한 적들도 주인공의 공격을 막아내며 튕겨내기 공방이 없다면
클리어하기 상당히 힘든 보스들이 플레이어를 가로막아 지옥의 난이도를 맛보게 된다.
거기에 소울 시리즈 처럼 경험치 노가다를 통해 조금이라도 더 강해져 게임의 난이도를 낮추는 일은 불가능하다.
무조건 보스를 물리쳐야 공격력이 상승하며 게임을 진행해야만 얻을 수 있는
'수주옥' 이라는 아이템으로만 체력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꼼수가 통하는 보스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전투는 어떻게든 실력을 늘려야지만 진행할수 있다.
하지만 꼭 모든 적들과 정직하게 싸워 이겨내야하는 건 아니다.
적들의 체력이나 체간을 깎지 않고도 인살해 처리할 수 있다.
적에게 들키지 않고 배후로 잡입해 배후 인살을 가하거나 위 처럼 벽에 붙어 다가오는 적을 잡아채 인살할수도 있으며
공중에서부터 낙하해 적을 처리하는 공중인살 역시 가능하다.
이런 은밀 인살은 중간보스급 적들에게도 통해 시작부터 인살구슬 하나를 깎고 전투를 시작할수도 있다.
이는 <세키로>의 난이도 조절 시스템이자 소울 시리즈와의 차이점이라 볼 수 있다.
적고 마주치면 도망치거나 무조건 싸워야하는 소울 시리즈와 달리
흔히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에서나 볼수 있었던 잠입액션 및 암살 요소를 넣음으로서
아예 전투를 치르지도 않고 구간을 돌파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물론 도망치는 것도 가능하지만
적들이 게임 진행에 유용한 아이템을 살 수 있는 금전과 스킬을 획득할 수 있는 스킬 포인트를 제공하기에
은밀하게 처리하고 가는것이 더 이득일 것이다.
게다가 소울 시리즈에선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부활 시스템과, 전투에 대한 자세한 튜토리얼은 물론이고.
높은곳에서 떨어져 죽는 낙사 시스템도 없다. 여러모로 소울 시리즈에 없던 편의성을 대폭 늘려준 대가로
전투의 난이도를 크게 높였다고 볼 수 있다.
<세키로> 는 프롬의 성공적인 도전을 세상에 알렸다. 2019년 올해의 게임으로 선정되었으며 많은 게이머들이 호평을
아끼지 않은 작품이다.
하지만 프롬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 도전적이고 살벌한 난이도는 여전하다. 적들은 항상 주인공보다 강하며
주인공은 몇대 맞고 뻗는 유리몸의 소유자다. 하지만 새로운 시스템을 동원해 초보도, 프롬 게임에 익숙해진 게이머까지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할 수 있게 만들었다.
잘 짜여진 전투와 그에 걸맞는 고 난이도의 액션게임을 원한다면 <세키로>에 도전해 전국시대의 닌자가 되어보는것도
좋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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